대전을 방문하여 둘째 딸을 만나고 점심을 같이 먹고 나오려는데 집으로 가져 올 빵을 더 사주겠다고 고르라는 딸의 맘이 고마워 이것저것 쟁반에 담았다. 평소 좋아하는 빵을 골라 계산대에 갔더니 종업원이 하나씩 체크를 한 다음 가게 상호가 예쁘게 인쇄된 종이봉투에 담아 주려하기에 얼른 말리며 계산된 빵을 내가 갖고 있던 종이 가방에 담았다.
옆에 있던 딸은 그깟 종이가방 하나가 뭐기에 주는 것도 안 받느냐고 잔소리를 한다. 난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지구살리기’라고 말을 하며 웃어 주었다. 할 수 있다면 이처럼 물건 살 때에 종이가방, 비닐봉지를 하나라도 덜 받으려 노력하면서 생활하기가 꽤 오래되었다.
내가 봉투 하나 절약한다고 이 지구에 크게 달라질 것이야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지구 살리기의 작은 실천이다.
현직에 있을 때 상치과목인 환경을 수업하던 때가 있었다. 처음 하는 낯선 과목이라 전공인 과학보다도 더 열심히 준비하여 교실에 들어가도 매번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첫 시간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과정 안내를 하고는 다음 시간까지 자기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에 대하여 생각해 와서 발표를 하자했다. 물론 나도 한 가지 찾아서 적어도 1년은 실천하기로 약속을 했다. 1주일 열심히 생각한 나는 머리 감을 때 샴푸대신 비누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약속을 했으니 세숫비누로 머리를 감고 식초로 헹구며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영 쉽지가 않았다. 머리를 빗을 때마다 빗을 사용하기가 힘들게 뻑뻑하고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나오는 것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약속을 했으니 내가 환경수업을 지도하는 동안은 버텨보려 하였으나 여름 방학이 끝날 즈음엔 다시 샴푸와 린스로 돌아갔다. 4달 만에 내 머리는 예전처럼 부드러워지며 빗질도 쉽고 편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들어간 첫 시간에 고개를 숙이고 쑥스럽게 고백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을 하였었다. 그 이후로는 함부로 내가 무얼 하면서 지구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을 하진 못 했다. 북극의 얼음이 조금씩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올여름이 예년보다 더위가 심해져 열대야 발생일 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뭔가 달라지긴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긴 하는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들을 하고 한 말을 실천하려 하지만 섣부르게 시작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일을 반복하지는 않으려 한다.
요즘 내가 나름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판매되는 세숫비누 대신에 천연비누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환경수업을 들어갈 때 학생들과 함께할 수업내용을 찾다가 시작한 것으로 지금까지 15년 동안 해마다 주변 사람들과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직접 만든 비누로 세수를 하다 보니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폼클렌징, 샤워할 때 사용하는 바디크린저 없이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현직에 있을 때는 내가 학교를 옮겨갈 때 비누를 같이 만들어 사용하던 동료 교사들은 나와 헤어지는 것도 서운하지만 함께 비누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 더 걱정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천연비누라 하여 녹차가루, 황토분말, 동결시킨 딸기 가루 등을 이용하여 비누를 만들면 화학약품을 조금이라고 덜 쓰게 되고, 그만큼 물의 오염이 덜 되어 지구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학생들, 친구들과 함께 비누를 만드는 시간에 잠시라도 우리는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 중 하나가 물건 살 때 봉투 하나라도 받지 않고 다른 것과 함께 포장해 오는 것이다. 물론 나도 항상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 대부분은 담아주는 봉투에 담아오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받는 봉투의 개수를 줄이려고 노력을 한다. 내가 “여기에 함께 담아주세요.”라고 말하면 요즘은 계산을 하는 사람들도 내 맘을 알아주고, 웃으면서 선 듯 응해 준다. 다들 봉투 줄이기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도 웃으며 함께 마음을 나눈다. 이렇듯 내 봉투 사용 줄이기는 한번 두번으로 끝나는 한시적인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실천이 함께 있는 작은 지구살리기 운동이 되었다.
천연비누 만들어 쓰기, 물건 살 때 봉투 받는 횟수 줄이기, 음료 마실 때 빨대 사용하지 않기 등이 지구를 살리려는 노력에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여 실천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함께 하기를 권하며 옆으로 천천히 퍼져나가길 바랜다. 우린 이 지구에서 깨끗한 물과 공기를 사용하며 살아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