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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을 사는 마음

청하늘 2018. 6. 7. 22:34

  오늘은 퇴근하면서 시댁을 들르기로 하였다. 내가 직장을 조치원으로 옮기니 다행스럽게도 시집이 퇴근길에서 조금만 우회하면 있기에 예전보다 자주 들리게 된다. 어떤 날은 과일을 사들고 어떤 날은 고기를 사갖고 들러서 저녁을 얻어먹고 오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제 저녁에 전화하여 어머니에게 연락한지 오래되었다고 이야기하던 끝에 낼은 들르겠다고 하였더니 반가이 그러라 하셨다.

 

  결혼하여 처음 10 여년을 같이 살았었다. 그 사이 난 두 아이를 낳은 엄마가 되었고 또 철모르던 새댁이 조금은 아줌마가 되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둘째아이 두 돌이 막 지난 여름에 분가하여 지금껏 가끔 시간이 되면 이렇게 찾아보면서 지내고 있다. 남편이 맏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 아들 중 우리가 가장 부모님과 가까이 살고 있기에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남편 없이 혼자서 시어른을 만나고 오는 길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기도 하였지만 자꾸 반복이 되다보니 이제는 혼자 가는 것도, 우리 식구와 함께 찾아가는 것도 모두 자연스럽다. 딸이 없는 시어머니는 친구 분들에게 나를 딸 같다고 자랑하기도 한단다. 나도 평소에는 두 어른들 편하게 모시고 기쁘게 하는 일이 즐겁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시어머니가 그렇지하는 서운한 맘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대전에 사는 동서에게 전화하여 미주알고주알 서운한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맘을 정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풀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운한 마음 잊어버리고 어른들 만나 웃고 이야기하면서 지금껏 지내고 있다.

 

  다른 날과는 달리 오늘은 과일, 고기 대신 꽃집에 들러서 장미와 안개꽃을 한아름 샀다. 아버님은 꽃을 뭐에 쓰냐며 달가워하지 않으시겠지만 어머님은 함박 웃으며 좋아하실 것을 안다. 어머님 젊어서 남편과 시동생 키울 때는 집안이 어려워 꽃은 살 엄두도 못 내었다 하시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세삼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삼형제 다 키워 제각각 살림을 내어놓고 두 분이 간촐하게 지내시니 남은 생 그저 건강하고 걱정없이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직 아버님이 손수 운전을 할 수 있으니 그저 고맙다. 친정아버지는 벌써 예전에 운전에서 손을 놓고 그저 내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이리 됐는지 모르겠다고 나보면 한탄인데 그에 비하면 시아버지는 훨씬 더 양호한 편이다. 성격이 소심하셔서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면서 당신 주변을 정말 꼼꼼하게 챙기며 지내신다. 어떤 때는 너무 당신위주로 생각을 하고 주장을 하여서 모시기에 불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연세가 드신 요즘은 그렇게 두 분이 스스로 건강 챙기며 주변 정리를 해 주시니 나와 남편은 연로하신 어른들 걱정을 많이 덜게 되었다 . 요즘은 가끔씩 들러서 식사같이 하고 안부 챙기는 것이 어른들 모시는 전부가 되었다.

  매일 비슷한 것만 사지 않고 오늘처럼 색다른 것으로 어른들에게 웃음을 안겨 줄 수 있어서 좋다. 지난번에는 직장 다니는 딸이 할머니 생일에 아이스크림 케잌을 인터넷으로 사서 할머니 휴대폰에 전송을 하였었다. 선물을 받으신 어머님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의 선물에 크게 기뻐하면서 다니시는 노인복지관에 가서 친구들에게 한참을 자랑하였단다. 어머님에게는 선물이 물건으로 오지 않고 스마트폰이라는 신선한 방법으로 전달되어 친구 분들에게 한껏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오늘 장미꽃을 산 것도 그런 것이다. 아마도 어머님의 자랑이 한 가지 또 늘어났을 것이다. 이제 슬하의 자식들은 다 제 역할하며 사회에서 살아가다 가끔씩 들러서 안부 챙기며 지내고 있다. 어른들 만나러 갈 때 며느리가 어머님, 아버님 즐겁게 해 주려는 마음으로 사가는 장미꽃과 안개꽃을 돈 아깝다 타박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주시는 마음이 고맙다. 내가 마음을 전해주면 받아줄 수 있다는 어른들이 건강하게 살아 게시다는 것에 감사한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고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눈에 뜨인다. 늦어서 후회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더 뵈러가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갖으려 노력은 하고 있다. 그저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오래오래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여서 첫 월급 탔다고 내복 사 온 손녀딸 시집가는 날을 지켜 봐 주시는 것이다. 어머니는 우아하고 화사한 한복입고, 아버님은 새로 산 멋있는 양복에 반짝이는 넥타이매고 식장 맨 앞자리에 앉아 웃으며 기쁜 맘으로 축하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